
지난 글에서는 심리검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 정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검사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궁금해진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심리검사라는 큰 범주 안에는 여러 종류의 검사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이 바로 성격검사입니다.
저 역시 얼마 전 딸아이의 권유로 MBTI를 해보면서 성격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INFJ-T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해 본 검사였지만, 결과를 하나씩 읽어보다 보니 "어? 이건 나와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궁금증도 생기더군요.
성격이라는 것도 정말 검사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죠!
1. 성격검사란?
지난 글에서는 심리검사는 사람의 다양한 심리적 특성을 일정한 방법으로 측정하기 위한 도구라고 알아보았습니다.
성격검사는 그중에서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비교적 지속적인 성격적 특성이나 행동 경향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은 참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격검사는 이런 개인의 차이를 일정한 기준을 통해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다만 성격검사가 한 사람의 모든 모습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고,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생각과 행동이 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성격검사의 결과를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최종적인 답이라기보다는 현재의 나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자료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 성격 검사 방법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성격을 어떻게 검사할 수 있을까요?
성격검사에서는 주로 여러 가지 질문에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답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다."
"계획을 세워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쉽게 알아차리는 편이다."
와 같은 질문에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종합하면 자신이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성격검사는 결국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나는 나를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평소에 어떻게 행동한다고 느끼는가?
나는 어떤 상황에서 편안하거나 불편한가?
이런 자기 인식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격검사를 할 때는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보다는 평소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답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3. 성격검사 종류
성격검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MBTI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네 가지 선호 지표의 조합을 통해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외향형과 내향형, 감각형과 직관형, 사고형과 감정형, 판단형과 인식형이라는 네 가지 지표를 조합해 성격유형을 나타냅니다.
제가 받은 결과인 INFJ도 이 네 가지 지표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유형입니다.
그 밖에도 성격을 바라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여러 특성의 연속적인 정도로 바라보는 빅파이브(Big Five) 성격 특성도 널리 연구되어 왔습니다.
또한 MMPI(다면적 인성검사)처럼 임상 및 상담 분야에서 활용되는 성격검사도 있습니다. MMPI는 개인의 성격 특성과 심리적 상태를 여러 측면에서 평가하기 위한 검사로, MBTI처럼 사람을 특정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성격과 심리적 특성을 살펴봅니다.
즉, 성격검사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법으로 성격을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검사는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어떤 검사는 여러 성격 특성이 어느 정도 나타나는지를 연속적인 정도로 측정합니다.
따라서 성격검사를 볼 때는 어떤 검사인지, 무엇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4. 나의 MBTI 결과는 INFJ-T였다
저도 딸아이의 권유로 처음 MBTI를 해 봤습니다.
결과를 확인했을 때 나온 것은 INFJ-T였습니다.
INFJ는 일반적으로 내향형(I), 직관형(N), 감정형(F), 판단형(J)의 조합으로 설명됩니다.
INFJ유형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조용하고 신중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필요로 하면서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일에는 깊은 관심을 보이는 특징으로 설명되고 있었고요.
이런 설명을 읽다 보니 저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편안하게 느낄 때가 많고,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단순히 결과만 생각하기보다는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결과를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건 정말 나와 같은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결과에는 T라는 표시도 붙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T는 MBTI의 16가지 기본 유형 자체를 구성하는 네 가지 지표와는 별개로, 흔히 Turblent(신중형 또는 민감형)으로 설명되는 지표입니다.
T성향은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려는 경향이나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 등과 관련해서 설명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요즘 제가 느끼는 모습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예전보다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나는 INFJ-T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검사 결과를 보고 나니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내가 원래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INFJ-T라는 결과가 나온 것일까?
아니면 INFJ-T라는 설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부분을 더 많이 찾아내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5. 성격검사는 나를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할까?
성격검사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결과까지 받아보니, 성격검사라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사 결과를 읽으면서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다시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검사 결과가 곧 나 자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는 INFJ라는 네 글자로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환경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조금 다를 수도 있고,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격검사 결과를 나에게 붙이는 하나의 이름표라기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바넘 효과에 대해 알아보면서도 우리는 자신에게 해당되는 설명을 발견하면 그것을 더욱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성격검사를 할 때에도 결과를 무조건 "이게 바로 나야"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결과에서 내가 정말 공감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왜 이 부분을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성격검사는 나를 한 가지 유형으로 가두는 도구가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INFJ-T라는 결과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완벽하게 알려준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읽어보면서 평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던 제 성향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성격겸사의 의미는 나를 몇 가지 유형으로 규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계기로 나의 행동과 생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검사를 접하게 된다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안에서 지금의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차분히 살펴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조금씩 수정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